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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바다거북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이유, 유전자에 새겨진 나침반

1. 바다거북의 귀향 본능: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이유

전 세계의 바다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떠돌아다니는 **바다거북(sea turtle)**은 번식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되돌아오는 경이로운 귀향 행동을 보인다. 이 현상은 **“귀소본능(homing instinct)”**이라고 불리며, 오직 기억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정밀함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어떤 개체는 수십 년 만에 돌아오기도 하는데, 이처럼 긴 시간과 거리를 극복하고 정확히 태어난 모래사장을 찾아내는 능력은 과학계에서도 큰 연구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바다거북의 귀향 본능은 개체의 생존뿐 아니라 종의 보존에도 필수적이다. 암컷은 번식기에 육지로 올라와 알을 낳는데, 그 장소는 거의 예외 없이 자신이 부화한 장소다. 이는 유전적으로 각인된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는 가설을 지지하며, 개체가 어떤 내비게이션 체계를 활용해 수천 킬로미터의 바다를 거슬러 오를 수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다거북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이유, 유전자에 새겨진 나침반
거북이

 

 

2.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나침반 유전자

바다거북의 귀향 능력에는 **지구 자기장(magnetic field)**을 감지하는 능력이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바다거북은 **자기 수용체(magnetoreceptors)**라는 생물학적 감지 구조를 통해 지구 자기장의 강도와 방향을 감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감각은 바다거북에게 ‘유전자에 새겨진 나침반’과 같은 내비게이션 도구로 작용한다.

실제로 플로리다 대학교 연구팀은 바다거북이 자신의 고향 해변의 자기장을 기억하고 이를 기반으로 방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해변마다 고유한 자기장 서명이 존재하고, 거북은 이를 인식해 돌아오는 것이다. 특히 이 능력은 알을 낳는 암컷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유전적으로 세대 간에 전승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자기장 감지 능력은 후천적인 훈련보다 선천적인 인식 체계로 설명되며, 진화적으로 선택된 생존 메커니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바다거북은 지구 자체를 지도 삼아 항해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3. 해류와 환경 정보도 기억하는 다중 항법 체계

바다거북의 귀향은 단순히 자기장 감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바다거북이 해류, 해수 온도, 염도, 냄새 등 다양한 환경 요소들을 결합해 방향을 설정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다중 항법 시스템(multi-modal navigation system)**이라고 하며,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핵심 전략으로 여겨진다.

특히, 어린 시절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축적된 경험 정보는 향후 귀향 경로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양한 감각적 기억이 함께 작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경로 기억은 뇌 구조의 특정 영역, 특히 해마(hippocampus)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조류나 포유류에서도 나타나는 고차원적인 공간 인식 능력과 유사하다.

또한, 바다거북은 해양 냄새나 화학적 단서를 감지하는 능력도 갖고 있으며, 이는 특정 해안 근처에서의 최종 귀향 단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바다거북이 단순한 동물이 아닌, 정교한 감각 시스템과 높은 학습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시사한다.

 

 

4. 보전의 관점에서 본 귀향 본능의 의미

바다거북의 귀향 본능은 단순한 행동학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 본능은 종의 존속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해변 생태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생태학적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기후 변화, 해양 오염, 해변 개발로 인해 바다거북의 귀향 본능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해변의 자기장이 인공 구조물로 인해 왜곡되면, 거북은 정확한 귀향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해안의 조명 오염은 부화한 새끼 거북이 바다로 가지 못하게 하며, 귀소율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귀향 본능을 보호하기 위한 해안 보호 정책과 유전적 다양성 유지 노력이 시급하다.

과학자들은 바다거북의 귀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연 회귀 본능이 어떻게 유전적으로 암호화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함으로써, 다양한 생물의 이동 생태계 보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바다거북 보호를 넘어, 지구 생물 다양성 보존의 열쇠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