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수직으로 정지해 있는 행동의 비밀

고래가 수직으로 떠 있는 이상 행동, 무엇이 문제일까?

바다를 지나는 연구팀이나 잠수부들이 가끔 놀라게 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형 고래가 머리를 아래로, 꼬리를 위로 한 채 물속에 수직으로 정지해 있는 모습이다. 이 특이한 행동은 육상 동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고래의 수직 정지 행동은 자연적인 생리현상일까, 아니면 위험 신호일까? 초기에는 이 행동이 단순한 휴식 자세일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여러 과학적 분석을 통해 보다 복합적인 원인이 밝혀지고 있다. 수직 자세를 취하는 고래는 대부분이 긴 이동 후이거나 무리를 벗어난 상태로 발견되며, 이들은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 장시간 정지한 채 머물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중요한 생리적, 사회적 맥락을 가진 행동일 수 있다. 본문에서는 이 현상의 정체를 하나씩 풀어본다.

 

고래

수직 정지 자세는 고래의 수면 방식과 관련 있다

고래는 인간과 달리 완전히 잠에 드는 것이 아니라, 뇌의 한쪽 반구만을 번갈아 쉬게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수면을 취한다. 이를 반구수면이라 하며, 이는 고래가 끊임없이 숨을 쉬어야 하는 해양 포유류이기 때문에 진화한 방식이다. 이때 일부 고래는 수면 중 몸을 수직으로 유지한 채 정지해 있기도 한다. 특히 향유고래(Sperm Whale)의 경우, 이러한 수직 수면 자세를 자주 취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향유고래 무리는 대개 5~7분간 수직 자세로 정지하며 뇌의 일부만을 쉬게 하고,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 이는 인간이 침대에 누워 자는 것과 유사한 ‘휴식의 틀’을 제공하는 자세라고 해석된다. 수직 정지는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자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래의 수직 정지 자세는 수면 행동의 일부로 보아야 하며, 단순한 기이한 행동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고래의 수직 자세는 사회적 신호이자 생존 전략이다

일부 해양생물학자들은 고래가 수직으로 정지해 있는 자세를 일종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신호로 해석한다. 무리 생활을 하는 고래에게 있어서 움직임의 패턴은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고래는 소리뿐 아니라 몸의 자세와 위치 변화를 통해 상대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수직 정지 자세는 무리 내에 휴식 시간을 알리거나 이동 중 일시적 정지를 선언하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어린 고래가 무리로부터 멀어졌을 때 어미가 수직으로 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이는 고래의 사회적 행동 중 하나로서, 단순한 생리적 반응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또한 수직 자세는 포식자에게 노출되었을 때 몸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은폐 전략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고래의 몸통을 수면 근처에 드러내기보다는 깊은 곳에서 직각으로 머무는 것이 외부 위협에 대한 최소 대응 방식이 되는 것이다.

 

 

인간 활동이 고래의 수직 정지 행동에 미치는 영향

최근 들어 고래가 수직으로 장시간 정지해 있는 모습이 해양 쓰레기나 선박 충돌 직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해양 활동이 고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고래는 소리에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선박 소음이나 해양 공사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은 고래의 방향 감각과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군사용 소나가 작동한 해역에서는 고래들이 수직으로 정지하거나 해변으로 밀려 나오는 경우가 급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은 고래가 길을 잃고 방향 감각을 상실한 결과일 수 있으며, 수직 정지는 공황 상태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 환경 오염과 해양 쓰레기로 인한 장기적인 스트레스도 고래의 행동 패턴을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고래의 수직 정지 행동은 단순한 생물학적 신호가 아닌, 인간과 해양 생태계 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래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것은 해양 환경 보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