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람 위에 올라오는 이유: 애정일까, 영역 표시일까?

1. 고양이의 신체 접촉, 진짜 애정 표현일까?

고양이가 보호자의 무릎, 가슴, 배 위에 올라와 자리를 잡는 사람과의 신체 접촉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흔히 "사랑의 표현", 또는 **"믿음의 증거"**로 여겨진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도 고양이가 사람 위에 올라오는 행동이 애정과 신뢰의 표현임을 인정한다.

고양이는 본래 야생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던 동물이기 때문에, 신체 접촉을 자발적으로 시도하는 행동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 특히 보호자의 몸 위에 올라가 눕거나 잠드는 행동은 “이 사람은 안전하다”, **“이 사람 곁이 편안하다”**는 신호다.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가축화된 고양이는 스스로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상을 선택해 가까이 다가간다.
또한, 고양이는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따뜻한 곳을 찾는 습성이 있다. 사람의 가슴이나 배는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안정적이기 때문에, 특히 추운 계절엔 더 자주 이 같은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처럼, 고양이가 사람 위에 올라오는 행동은 애정과 따뜻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2. 영역 표시의 본능, 사람도 ‘소유물’로 여기는 걸까?

고양이는 매우 영토 의식이 강한 동물이다. 집안에서 특정 소파, 침대, 창틀을 독점하는 것처럼 사람 역시 고양이에게는 자신의 영역 또는 소유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사람을 사랑해서 올라온다’는 관점과 다르게,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 물질을 이용해 자신의 냄새를 남기고 영역을 표시한다. 얼굴, 뺨, 발바닥 등에서 나오는 페로몬은 고양이가 몸을 비비거나 눕는 장소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수단이다. 사람이 인식하지 못할 뿐, 고양이는 우리의 몸 위에 올라가며 **“이건 내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고양이는 특정 대상에게 친밀감을 표현할 때 자신의 냄새를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 위에 자주 올라가거나 같은 위치에 반복적으로 앉는다면 이는 영역 표시와 애정 표현이 혼합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반려동물이 집에 들어온 경우, 고양이가 이전보다 더 자주 사람 위에 올라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기존 영역에 대한 불안감과 소유욕에서 비롯된 반응이다.

 

3. 스트레스와 불안감의 해소 수단

사람의 품 위에 올라오는 행동은 단순한 애정 표현이나 영역 표시 외에도,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 안정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다양한 자극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낯선 소리, 이사, 보호자의 외출, 다른 동물의 등장 등은 모두 고양이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준다.

이때 보호자의 몸 위는 고양이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로 인식된다. 보호자에게서 나는 익숙한 냄새와 체온, 일정한 심장 박동 소리는 고양이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특히 고양이는 소리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는 능력이 뛰어난 동물로, 심장 소리나 숨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보호자와 신체적으로 밀착된 상태는 고양이에게 ‘애착 형성’을 강화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반려묘와 보호자 간의 유대가 약할 경우, 보호자가 고양이가 원하는 시간에 곁을 내어주는 것이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보호자의 반응이 긍정적인 경우(예: 쓰다듬거나 말 걸기) 고양이는 이러한 행동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통해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즉, 사람 위에 올라오는 행동은 고양이에게 일종의 보상받는 루틴이 되며, 안정감을 얻는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진다.

 

4. 품 위에 올라오는 고양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고양이가 자주 사람 품 위에 올라오는 행동은 보통 문제 행동이 아니며, 보호자 입장에서 애정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보호자의 가슴 위에 올라 잠드는 행동이 수면을 방해하거나, 집중해야 하는 업무 시간에 반복된다면 부드럽게 자리를 옮기거나 대체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고양이 전용 쿠션, 담요, 햇빛이 드는 창가 자리 등을 만들어주고, 그곳에서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어 주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공간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고양이가 사람의 특정 행동(예: 무릎에 앉았을 때 쓰다듬음)을 통해 보상을 받고 있다는 걸 학습하는 경우, 지속적 행동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이런 행동의 빈도를 관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피드백을 조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이 같은 행동이 **신체적 이상(관절 통증, 피부 질환 등)**이나 환경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너무 집착하듯 올라오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으며 무기력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 수의사의 상담을 통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애정과 본능이 섞인 행동, 고양이의 마음을 읽다

고양이가 사람 위에 올라오는 행동은 단순한 귀여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애정과 신뢰, 영역 표시, 스트레스 해소, 애착 형성 등 다양한 심리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복합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보호자는 이 행동을 귀찮게 여기기보다는, 고양이가 보내는 감정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반응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양이와 보호자 간의 관계는 언어보다 행동과 접촉을 통해 더욱 깊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